작품설명
김영환이 그리는 회화는 그 자신의 삶에서 보고 느끼는 심미적 사색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하모니를 위한 조화로운 풍경이다. 그 풍경은 가을빛을 품고 형과 색으로 빚은 시각적 명상이다.
시각적 명상이 담긴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은 템페라(tempera)를 재료 한다. ‘혼합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템페라레(Temperare)’에서 유래한 템페라는 자연에서 추출한 색채가루를 물감처럼 사용하기 위해 기름이나 꿀 혹은 달걀을 용매로 사용한다. 이 재료로 그린 김영환의 〈조용한 풍경〉의 표면은 유화보다 빛의 반사나 굴절이 적어 빛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재료의 특성이 작가의 기질과 조화를 이루기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템페라로 그만의 풍경을 그린다.
무엇보다 김영환이 보고 감각하는 ‘풍경’은 눈에 보이는 것을 마음으로 품어 자연에서 추출한 물감으로 캔버스의 표면을 붓으로 응시한다. ‘응시(Gaze)’는 프랑스 철학자인 라깡(Jacques Lacan)이 말한 상징계(symbolic)로 진입한 죽음충동, 이 충동은 현실 속에서 파편화되어 욕망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삶의 충동이다. 이 충동은 부분충동(partial drive)이 되어 욕망의 대상(a)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충동은 “물위에 뜬 깡통도 우리를 보고 있다”는 그의 유명한 말에서처럼, 재현의 이미지는 ‘바라봄’과 ‘보여 짐’이 만나는 지점, 시각적 영역에서 생기는 응시인 것이다. 이처럼 김영환의 ‘풍경’은 바로 이 충동너머 문화적 시선이 가닿는 풍경의 응시, 일명 ‘조용한 풍경’ 오브제 아(Objet petit a)다.김영환의 시선이 가 닿는 곳, 그곳은 조용한 풍경과 마주하고 있는 시선이고, 조용한 풍경과 마주한 시선은 조용한 풍경이 응시하는 곳이다. 응시하는 곳과 마주한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시각적 명상’이 이루어지는 장소(몸)가 된다.
*면천위에 석회를 정제한 석회와 아교를 혼합하여 4번 이상의 밑칠에그린 기법-Egg Tempera